
STT 도구를 활용한 상담 축어록 작성이 수련 현장에서 일반화되면서, 도구 사용의 절차적 적합성이 임상 윤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클로바노트처럼 녹음 파일을 외부 서버로 전송해 처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STT는, 도구의 편의성과 내담자 정보 보호 의무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최신 실태조사 데이터, 관련 학회 윤리강령, 그리고 축어록 전사의 임상적 의미에 관한 연구를 통합하여 실무 기준을 제시한다.
실태조사: 동의 절차의 공백

강수정·박성현·이지은(2024)은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원 1,866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상담 및 디지털 미디어의 윤리적 활용 현황을 조사하였다. 결과에 따르면 AI 축어록 도구를 사용해본 상담자는 전체의 42%에 달했으나, 그중 사전 동의를 받은 비율은 40%에 그쳤다(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6(4), 1613-1644).
이 수치는 도구 도입 속도가 동의 절차 정착 속도를 앞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동의 사용이 반드시 의도적 위반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당수의 경우, 클라우드 STT 사용이 별도 동의 항목을 요구하는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이 연구의 표본은 학회 회원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비학회원 상담자나 수련생 집단의 현황은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응답이 동의 내용의 충분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결과 해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도구 활용의 확산과 윤리 절차의 정착 사이에는 여전히 유의미한 간극이 존재한다.
윤리강령: 명시된 의무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강령은 상담자가 '상담 과정의 녹음과 녹화 가능성, 사례지도 및 교육에의 활용 가능성'을 내담자에게 설명하고 동의 또는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상담학회 윤리강령 제31조는 디지털 맥락을 더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상담자가 전자정보기술을 활용해 녹음·녹화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축어록으로 작성할 경우, '그 기술의 비밀보장 한계를 숙지하고 정보의 보호에 대한 예방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수련감독자는 수련상담자가 이를 숙지하도록 지도할 책임도 함께 명시되어 있다.
클로바노트의 경우 녹음 파일이 외부 서버를 경유하여 처리된다. 이 사실은 기술의 비밀보장 한계에 해당하며, 내담자에게 고지해야 할 동의 항목에 포함된다. 변환 후 파일 삭제 계획 역시 함께 안내하는 것이 정직하고 충분한 동의의 조건이다.
-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강령: 녹음·기록에 대한 내담자 동의 의무
- 한국상담학회 윤리강령 제31조: 전자정보기술의 비밀보장 한계 고지 및 예방조치 의무
- 수련감독자의 지도 책임: 수련상담자가 해당 내용을 숙지하도록 지도
축어록 전사의 임상적 의미

STT 도구가 보급되기 전, 축어록 전사는 상담자에게 시간 집약적 작업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단순한 기록 노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김수은·최한나·김민정(2019)은 한국상담심리학회 또는 한국상담학회 2급 자격 취득 후 1급 자격을 준비 중인 상담자 9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근거이론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에서 도출된 중심 현상은 '어렵지만 성장을 위해 자기와 마주함'이었으며, 축어록을 직접 전사하는 과정에서 상담자들이 자신의 개입 패턴, 반응 경향, 놓친 신호를 재발견한다는 것이 핵심 결과였다(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19(18), 815-832).
이 연구의 표본 수가 9명으로 제한적이고 질적 연구라는 점에서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축어록 전사가 임상 성찰의 구조화된 계기로 기능할 수 있다는 시사점은 실무적으로 유효하다. STT 도구로 1차 변환 후에도 텍스트를 정독하며 자기 개입을 검토하는 과정을 생략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사의 수고를 줄이는 것과 성찰의 깊이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실무 적용: 동의 절차 설계
연구와 윤리강령을 실무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동의 절차를 구체적인 항목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보다, 내담자가 무엇에 동의했는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클라우드 STT 사용 시 동의서에 포함해야 할 핵심 항목은 다음과 같다. 녹음 파일이 외부 서버를 경유하여 처리된다는 사실, 처리 후 파일 삭제 계획, 수퍼비전 및 교육 목적의 축어록 활용 가능성, 내담자의 동의 철회 권리. 이 네 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빠지면 충분한 고지 동의(informed consent)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처리 방식에 따라 동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녹음 파일을 PC 안에서 직접 처리하는 로컬 STT 방식은 외부 서버 전송이 없으므로, 해당 항목의 내용이 달라진다. 도구를 선택할 때 처리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동의서 문구를 설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올바른 순서다.
- 필수 고지 항목 1: 녹음 파일 처리 방식(클라우드/로컬) 및 서버 경유 여부
- 필수 고지 항목 2: 변환 완료 후 파일 삭제 일정 및 방법
- 필수 고지 항목 3: 수퍼비전·교육 목적 축어록 활용 가능성
- 필수 고지 항목 4: 내담자 동의 철회 권리 및 절차
- 실무 권고: 동의 내용은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보관
다음 회기에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 글의 내용이 실무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다음 회기'라는 구체적 시점이 있어야 한다. 연구 결과는 현황을 보여주고, 윤리강령은 기준을 제시하지만, 변화는 개별 상담자의 판단에서 시작된다.
현재 사용 중인 동의서에 STT 도구 관련 항목이 없다면, 다음 신규 내담자부터 추가하는 것이 첫 번째 실천이다. 기존 내담자와는 필요에 따라 추가 고지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완벽한 절차를 한번에 갖추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한 단계를 시작하는 것이 임상 윤리의 실질적 출발점이다.
축어록을 STT로 변환한 후 텍스트를 어떻게 읽는가도 함께 검토해볼 만하다. 자동 변환으로 절약된 시간 중 일부를, 자신의 개입 방식을 텍스트로 다시 살피는 데 쓴다면, 도구의 활용이 성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된다.
강수정·박성현·이지은(2024) 원문(DOI: 10.23844/kjcp.2024.11.36.4.1613)은 accesson.kr 또는 kci.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강령 및 한국상담학회 윤리강령 원문은 각 학회 공식 사이트(krcpa.or.kr, counselors.or.kr)에서 직접 열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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